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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08 민들레야 안녕
  2. 2017.03.25 나무의 꽃

* 저의 글 속 "그녀"는 만 2세인 제 딸에 대한 3인칭 대명사입니다. 딸과의 일상을 기록할 때 딸을 조금 더 멀리서 바라보고 싶어 그렇게 적습니다. 실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딸과 엄마의 관계를 글 속에서라도 분리시키려는 마음이 작용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릿병이 나서 한주내내 치료받으며 누워서만 지냈다.

그러던 중 고마운 올케가 와서 그녀와 산책을 나가주었다. 한 주 동안 외출도 못하고 누워있는 엄마를 간병했던 고작 두 살의 그녀라니.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웠는데 찾아와 준 올케가 참 고마웠다.





함께 산책하다 그림책에서 보았던 민들레 홀씨를 만난 모양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만난 그녀는 산책을 마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온통 민들레 홀씨 이야기다.

산책 중에 만난 친구는 무서워서 못 불었는데 그녀는 "후우~" 하고 불어서 씨앗이 날아갔다며 흥분해서 말했다.
나는 "와~~ 용감했네. 씨앗을 멀리멀리 여행보내주었구나. " 라고 답했다. 겁많은 그녀인데 용기내어 민들레 홀씨를 불었던 것이 스스로도 대견했나보다.

올케 말에 의하면 산책 길에 만난 거의 모든 민들레 홀씨를 불어서 날려보내 주었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올케를 좋아하는 그녀인데 오늘 올케와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오늘은 올케와 그녀 덕분에 민들레에 관한 시 두 편을 찾아 그녀와 함께 읽는다.




​<민들레>

(나병춘·교사 시인, 전남 장성 출생)

나는야
민들레 홀씨
바람 따라 왔다가
바람이 하냥 뿌려놓은 곳에 살다
바람이 부르면
툴툴 털어버린 채
아무 저항도 미련도 없이
飛翔(비상)하는

씨알 한 톨,
햇볕 그리고 적막 한 자락
흙먼지 한 줌
구름눈물 한 줄금이면
감지덕지
아무것 더 바랄 것도 없는
바람의 후예

나는야 민들레 씨알
강아지똥*도 좋아라
더불어 마냥 뒹굴다
향기 한 올 휘날리다
흔적도 없이 날아가는
실바람보다 가벼운
나비의 혼불

* 권정생의 동화 <강아지똥>



<민들레>

(이해인 수녀 시인)

은밀히 감겨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차라리 입을 다문 노란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솜털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바람한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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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J저널
지혜의 샘님과 대화2017. 3. 25. 09:31

며칠 전에 겨우 내내 거실 벽에 걸어두었던 대형 그린 리스(wreath)를 내렸다.

 

벽에 걸어두고 만지지는 못했던 리스가 내려지자 그녀는 신이 나서 한참을 만지며 놀더니 건조된 나뭇잎을 손끝에 잡고 물었다.

 

 

유칼립투스 폴리안(출처 http://store.gardenhada.com)

 



"이게 뭐예요?"

 

". 나뭇잎이야."

 

"나뭇잎? 나뭇잎? 나뭇잎?......"

 

그리고 그 날 저녁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오자 그녀는 나뭇잎을 들고 뛰어가 아빠를 맞이하며 자랑하듯 말했다.

 

"아빠, 이게.... 이게.... 이게....(생각이 안 나나보다.) 나무... 나무... 꽃이야."

"나무 꽃이야?"

"! 나무 꽃이야!"

"그렇구나^^ 예쁘다."

 

(그녀의 함박웃음)

 

 



 

나는 그녀에게

"너의 손에 있는 건 <나무의 꽃>이 아니라 <나뭇잎>이야."라고 굳이 말하지 않았다.

나무의 꽃이 더 멋진 표현 같아서.

그녀가 조금 더 자라면 그녀는 더 이상 나뭇잎을 나무의 꽃이라고 부르지 않게 될 것이므로 그 시간을 굳이 앞당기고 싶지 않았다.

오늘도 나는 그녀를 통해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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