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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22 "아파."라는 말
  2. 2017.04.14 [사진저널]동명동, 걷다
  3. 2017.04.11 <다시, 피아노> 들어가며
지혜의 샘님과 대화2017. 4. 22. 08:30

그녀가 감기에 걸렸다.
4일째 되니 열이 오른다.

새벽4시.

자면서 이따금 힘겹게 기침을 하던 그녀가 깼다.
자기가 힘드니 엄마가 도와줘야겠다고 말하면서...

몸이 뜨겁다.
바로 체온을 재고 38도가 넘길래 물을 먹자고 했다.
고맙게도 물을 마시고 소변을 보더니 웃으며 장난도 친다. 체온을 재보니 37도대로 내려왔다.

먹이려던 해열제를 잠시 미루고 물을 좀 더 먹였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가져와서 겨드랑이, 이마, 목, 살이 접히는 부위들을 푹 적신 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리고 체온계 대신 내 손으로 그녀의 몸을 만지며 체온을 확인했다. 이제 안심이다.

곤히 자는 그녀를 확인했지만 아파서 깼는데도 울지 않고 "​아파"라고 말한 그녀가 신기해서 잠이 안 온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그녀는 아프거나 불편하면,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울었다. 그녀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울음"은 그녀의 언어였고, 옹알이를 하고 나와 소통이 되는 언어를 구사하게 되면서도 "울음"은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그녀의 표현 방법이었다.

그녀가 언어라는 수단으로 나와 의사소통을 할 수 없던 시절에 그녀가 아팠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 때마다 나는 늘 생각했다. "아파"라고 말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도 못하는 아이가 울어대기만 하니 그것처럼 짠하고 애처로운 것이 없었다.

요즘 그녀가 "울음"으로 불만을 표현하면, "​울지 말고 무엇을 원하는지 말해달라."고 내가 종종 부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녀가 울음을 멈추고 언어로 의사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도 함께.

그것이 밤에 자다가 아파서 깼을 때도 자연스레 연결된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전처럼 울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를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었던 "울음"이 이젠 불편해지는 시기가 올만큼 그녀가 자랐다는 게 기특하고 오히려 내가 눈물이 나는 밤이다.

그녀가 더 자라 울지 않고 또박또박 자신의 언어로 주장하고 설득하고 표현하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날이 오면, 난 그 때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다.

"​울고싶을 땐 얼마든지 울어도 된다."라고...
"​울음이 너의 첫번째 언어였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이렇게 적고 보니 진짜 첫번째 언어는 뱃속에서 내 배를 인정사정 보지않고 발로 차던 그녀의 태동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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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J저널
사진저널2017. 4. 14. 11:14


사진을 배워본 적도 없고,

특별한 감각도 없지만,

그냥 마음 가는대로 셔터를 눌러보려고요.

그리고 기록으로 남겨보려고요.

함께이면서도 고요하게 혼자였던 순간들의 기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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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J저널
잉여2017. 4. 11. 09:00

- 목차 앞

음악을 하면 친구가 생길 거라시면서 피아노 연습을 강요하신, 돌아가신 어머니 바버라 러스브리저께 바칩니다.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었습니다.

- 16쪽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각자가 가진 개성을 억눌러야만 사회생활에서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간과'한다. '이미 경험했어야 할 인생의 수많은 면들이 흐릿한 기억과 함께 뒤섞여 헛간에 방치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희망을 접긴 이르다. 때로는 이러한 기억들이 '회색 잿더미 아래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는 석탄 조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20쪽

이것이 <발라드 1번>을 배운 뒤 공개적인 자리에서 연주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경위다. 시한은 1년으로 잡기로 했다. 근무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시간을 짜내기로 결심했다. 쉰일곱 번째 생일이 석 달 앞이던 시점이니, 지금까지 애써 피해온 엄격한 음악 훈련을 두 말 않고 받아들이기에는 꽤나 늦은 감이 있었다.

- 22쪽

발라드와 함께 보낸 한 해 남짓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다.

위대한 피아니스트 머레이 페라이아가 "가장 어려운 레퍼토리"라고 경고한 작품을 향한 나의 여정은 바로 그렇게 시작된 일이다.



​* 매일 조금씩 읽으려 한다. 이렇게 밑줄 그으면서. 오늘은 '들어가며'까지. 겨우 몇 쪽 밖에 읽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거린다. 글 속 화자인 '나'에 독자인 '나'를 대입해본다.

멋진 여행을 시작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쩐지 다른 사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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